BAIKAL
ICE MARATHON Clean Water Preservation Run

얼음왕국 바이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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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스페셜] 얼음왕국 바이칼 호수, 겨울을

입력 2017.03.18 (21:54) 수정 2017.03.1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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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에서 가장 깊고, 가장 맑고, 가장 오~~래된 호수가 어디일까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입니다.

시베리아에 위치해 겨울에는 그야말로 '얼음 왕국'이 되는데요,

해마다 이맘때면 그곳에서는 이색 스포츠 이벤트가 열립니다.

관광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바이칼 호수는 이제 겨울에도 인기 있는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올해 대회에서는 한국인 우승자도 나왔는데요 러시아 바이칼 호수로, 하준수 특파원이 안내합니다.

<리포트>

커다란 공기부양정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도착합니다.

다양한 색깔의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잇달아 내립니다.

아이스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입니다.

이곳은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의 남쪽 끝 부분 탄호이 마을입니다.

여기서 출발해 호수 건너편 리스트비얀카까지 직선거리 42.195km가 오늘 펼쳐지는 마라톤 코스입니다.

선수 대기실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빕니다.

<녹취> 캐론(호주 선수/43살) : "5~6개월을 준비했어요. 러닝 코치가 저를 도와줬습니다."

눈과 얼음 위를 달리는 경기인만큼 다들 복장을 단단히 챙겼습니다.

모자와 선글라스, 입마개는 기본이고 옷도 겹겹이 껴입었습니다.

신발 밑바닥에는 미끄럼 방지용 스파이크를 박았습니다.

동상을 방지하기 위한 테이프를 얼굴에 겹겹이 붙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회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2명이 참가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이 74살 김명준 씨입니다.

'7대륙 최고봉 최고령 완등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재미교포 산악인입니다.

<녹취> 김명준(재미교포 산악인) : "(마라톤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한 20년 됐습니다. (바이칼 마라톤은 처음이신가요?) 네, 그렇죠."

드디어 선수들이 출발 지점에 모두 모였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32개 나라에서 205명이 참가했습니다. 여성 선수들도 43명이나 됩니다.

<녹취> "셋. 둘. 하나. 출발."

광활한 호수 위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는 면적이 3만 1700㎢로 한국의 1/3에 달합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 두께가 60㎝가 넘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달려도 끄떡없습니다.

길은 하나, 주최 측이 눈을 치워 만들어 놓은 외길로 선수들이 삼삼오오 달립니다.

날씨는 화창하지만 기온은 영하 15도를 웃돕니다.

하프 마라톤이 끝나는 중간 지점.

20km를 달려오는 사이 선수들의 얼굴에 허옇게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녹취> 에릭(네덜란드 선수) : "때로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발을 디디기도 어려운 곳이 있어요. 그러면 발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휴식도 잠시, 도착 지점에 가까울수록 선수들의 발걸음도 둔해지고 피곤한 빛이 역력합니다.

드디어 결승점, 이번 대회 우승의 영예는 폴란드 선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녹취> 마제르스키(폴란드 선수/우승자) : "지난해에는 매우 힘들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좀 빨리 달렸어요. 기록도 2시간 53분으로 좋은 편입니다."

바이칼 마라톤은 올해로 13번째를 맞았습니다.

"깨끗한 물을 보호한다"는 게 대회의 표어입니다.

<녹취> 알렉세이(마라톤 대회 주최 측 대표) : "자연이 사람보다 더 살아있음을 참가자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지구는 그 자체의 정신을 갖고 있어요. 우리는 깨끗한 물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골프 대회입니다.

티 오프, 경기를 시작할 때는 눈 위에 매트를 펼쳐놓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사방이 온통 눈밭입니다.

아이스 골프 대회에서 사용하는 골프공입니다. 하얀 눈밭에서 찾기 쉽도록 빨간색 골프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에서 골프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스 골프는 9홀, 총 길이 2,020m를 최저타 방식으로 도는 경기입니다.

<녹취> 알렉산드르(러시아 선수) : "얼음 위에서 칩샷을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공이 아스팔트 위에서처럼 통통 튀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가 버려요."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스 골프가 마냥 즐겁다는 반응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중국 등 외국인을 포함해 45명이 참가했습니다.

<녹취> 밀빛 유리(골프대회 주최 측 대표) : "바이칼은 세상에서 가장 깊고 2500만 년 역사를 가진 호수라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아이스 골프 대회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인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겨울이 7개월이나 지속되는 러시아.

바이칼 지역에선 지난 2002년 관광 진흥 차원에서, 겨울 이벤트라는 뜻을 지닌 '짐니아다'라는 문화·관광·체육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스 마라톤과 골프 대회는 그 축제의 일환입니다.

결과는 대성공.

<녹취> 예카테리나(이르쿠츠크 관광청장) : "지난 5년간 관광객들이 80%나 늘었어요. '짐니아다' 때문에 겨울에도 바이칼을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바이칼 호수...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는 가장 깨끗하고 맑은 호수...

그 청정지역에 사는 바이칼 사람들은 이색 스포츠로 겨울을 이겨내면서 동시에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하준수였습니다.

하준수 기자 ha6666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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